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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키보드만 사용하기 영어, 이모지, 줄임말 없이 소통

by zuhause 2025. 4. 14.

언어 습관이 바뀌자, 나의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1. "ㅋㅋ", "ㅇㅋ", "thx" 습관처럼 섞이는 언어들

요즘 대화는 마치 다국적 언어 회의 같다.
한 문장에 영어, 이모지, 이니셜, 줄임말이 뒤섞여 있다.

“ㅇㅋ~ 굿잡ㅋㅋ 오늘은 ㄱㄱ 할까? ”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재밌고, 간편하고, 감정을 간단히 전달하는 데는 꽤 효과적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쓰는 이 말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일까?”
“아니면 익숙하고 편하니까 그냥 따라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한글 키보드만 사용하기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7일 동안 영어, 이모지, 줄임말 없이 온전히 ‘한글’로만 대화하기

 

한글 키보드만 사용하기 – 영어, 이모지, 줄임말 없이 소통

2.  실험 조건과 나만의 규칙

실험 전, 몇 가지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실험 조건은 일주일 동안 모든 문자, 채팅, 메신저에서
영어, 이모지, 자음축약, 외래어, 줄임말 없이 대화하기
표현은 모두 온전한 문장으로 작성하기
가능한 한 감정도 직접 말로 표현하기
‘ㅋㅋ’, ‘ㅠㅠ’도 금지 (대신 글로 웃거나 울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ㅋㅋㅋ 오늘 ㄱㅅ!” 대신
 “오늘 너무 고마웠어. 웃음이 계속 나왔어.” 쓰기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실험 같았다.
딱딱하고 어색하고, 친구들도 “너 왜 그래?”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진짜 재밌는 건… 처음 3시간 안에 벌어졌다.

 

3. 단어 하나가 사라지자, 감정이 달라졌다

처음 ‘ㅋㅋ’를 못 쓰게 되자, 대화가 갑자기 너무 진지해진 느낌이 들었다.
분명 웃긴 상황이었는데, 그걸 표현할 말이 없으니 어색한 침묵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대신 이렇게 썼다.

“그 부분에서 너무 웃겼어. 나 진짜 소리 내서 웃었어!”
그 한 문장을 쓰는데, 내가 왜 웃었는지 다시 떠올리게 됐고, 감정이 더 풍부하게 되살아났다.
그저 ‘ㅋㅋ’ 하나면 끝날 일이 진짜 웃음이 되는 순간이 된 거다.

또 ‘thx’나 ‘ㅇㅋ’ 대신 “고마워.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기뻤어.”
“좋아, 그렇게 하자. 기대돼!”
이렇게 표현하려다 보니 내가 느끼는 감정의 결을 더 세심하게 표현하게 됐다.
“편의의 언어”에서 “의도의 언어”로 옮겨간 느낌이었다.

 

4. 대화의 온도, 사고의 밀도

일주일간의 실험 동안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첫째, 대화의 온도가 올라갔다.
줄임말 대신 진심을 담다 보니 상대방도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반응했다.
“너 말투 왜 이렇게 정중하냐ㅋㅋ” 하면서도,
“근데 너한텐 진짜 편하게 말하게 돼”라는 말도 들었다.

 

둘째, 내 사고방식이 더 명확해졌다.
생각을 글로 쓸 때도 ‘ㅋㅋ’나 이모지로 얼버무리지 못하니까
내가 지금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 어떻게 느끼는지 스스로 묻고 정리해야만 했다.

 

셋째, 정보 소비 방식도 바뀌었다.
‘OMG’, ‘ASAP’, ‘FYI’, ‘TMI’ 같은 익숙한 축약어가 없는 대신
천천히 읽고, 스스로 해석하고, 문장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 덕분에 더 느렸지만 깊이 있는 읽기와 쓰기가 가능해졌다.

 

언어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의 뿌리
한글 키보드만 쓰기 실험은 단순한 언어 제약이 아니었다.
그건 내 말 습관, 사고 습관, 감정 표현 습관까지 전면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불편했고, 웃음을 참아야 했고, 문장을 더 길게 써야 했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려 애써야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 속에서
내 언어가, 내 사고가 조금 더 진짜 ‘나의 것’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 실험을 완전히 끝내지는 않았다.
가끔은 ‘ㅋㅋ’를 쓰기도, ‘ok’라 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이 진짜 내 표현인지,
아니면 그냥 익숙함의 결과인지 한 번쯤 멈추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나는 좀 더 느리지만, 분명하게
나의 생각을 나의 언어로 말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