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보는 그 첫 화면,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었다
하루에 스마트폰을 몇 번이나 들여다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스스로 '적당히 쓰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스크린 타임'을 확인하고는 충격을 받았다.
하루 평균 126회 잠금 해제.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홈 화면 1페이지에서 끝나지 않고
2페이지, 3페이지, 앱 폴더까지 손가락이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그제야 깨달았다. 홈 화면은 단순한 앱 배열이 아니라
나의 무의식적 습관, 정보 소비의 출발점, 집중력의 분기점이라는 걸.
그래서 시작했다. 홈 화면을 딱 1페이지로 제한하는 실험.
진짜 필요한 앱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정리하기.
처음엔 단순한 '정리'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깊었다.
2. 앱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되찾는 일이었다
첫 번째 작업은 홈 화면 정리였다.
조건은 단순하다.
1) 홈 화면은 1페이지로만 유지
2) 자주 쓰는 앱만 배치, 폴더 없이 모두 드러내기
3) 홈 화면에 없으면 ‘검색’해서 사용하기
4) 홈 화면에 없으면 ‘충동적으로 쓰기 어렵게’ 숨기기
이 기준에 따라 나는 내 스마트폰의 첫 화면을 완전히 재편했다.
메신저: 카카오톡
생산성: 캘린더, 할 일 목록
유틸리티: 카메라, 사진
생활용: 날씨, 지하철, 음악
설정 딱 9개.
그리고 그 외에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뉴스 앱, 쇼핑 앱은 모두 홈 화면에서 제거.
삭제하진 않았지만, 앱 보관함 깊숙이 넣었다.
‘굳이 찾아서’ 들어가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이 작은 배치는 내 삶에서 ‘충동’의 진입로를 막는 구조였고,
앱에게 빼앗긴 선택권을 되찾는 UX 실험이기도 했다.
3. '없으니까 안 쓴다'는 말, 진짜였다
첫 이틀 동안은 허전했다.
문득 무료한 순간, 습관적으로 화면을 켰지만 홈 화면에는 '심심풀이 앱'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인스타 들어가고, 알고리즘 따라가고,
쇼핑 앱 켜서 의미 없는 '장바구니 투어'에 빠졌을 시간.
이제는 그런 흐름이 끊겼다.
의식적으로 검색해서 앱을 찾아야 하니까
“굳이 지금 이걸 할 필요 있나?”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 질문 하나가 너무 컸다.
그냥 홈 화면에서 치워버린 것뿐인데,
나는 그 앱들을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지금 심심하다’는 생각도 줄어들었다.
홈 화면을 켰을 때, 할 일이 보이고, 할 일이 없으면 그냥 다시 폰을 끄게 됐으니까.
4. UI는 선택의 프레임이다
실험 5일째, 나는 완전히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홈 화면이 편안해졌다.
산만하지 않고, 목적이 분명하고, 쓸모 있는 정보만 가득했다.
무엇보다 나를 유혹하는 게 사라졌다는 사실이 가장 크다.
모바일 UI는 결국 선택의 프레임이다.
홈 화면 2페이지, 3페이지, 폴더 안 앱들, 끝없는 스크롤과 탐색은
언제든 무의식적 선택으로 빠질 수 있는 디지털 미로였다.
하지만 홈 화면을 단 하나의 페이지로 줄이자
그 프레임은 단순해졌고, 그 단순함은 집중과 회복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앱 사용량은 줄었고 스크린 타임은 줄었고
충동적 터치는 사라졌고 ‘할 일 없음’의 순간에는 책이나 명상을 하게 됐다
화면 너머의 나를 보기 시작했다 단순히 앱을 정리한 실험이었지만
이건 내 디지털 생활 전체의 흐름을 리디자인한 경험이었다.
홈 화면은 일종의 '현관문'이다.
그곳이 어떻게 꾸며졌는지가 내 하루의 흐름을 정하고, 주의의 방향을 이끈다.
그리고 그걸 바꾸는 데 필요한 건 새로운 기술도, 앱도 아니었다.
오히려 ‘덜어냄’이었다.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앱들 없이도
나는 더 잘 지내고 있다.
더 집중하고, 더 평온하고, 더 나답게.
이제 홈 화면을 넘길 일이 없어진 나는,
그 시간에 진짜 나의 하루를 넘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