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크롤이 멈추지 않는 이유, 혹시 색깔 때문 아닐까?
모두가 스마트폰 중독의 이유로 ‘알고리즘’을 말하지만
나는 다른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바로 컬러.
화면 가득 찬 빨강, 파랑, 노랑, 보라
새로운 알림, 썸네일, 좋아요, 버튼, 광고…
그 모든 것이 나를 시각적으로 유혹하고 있었다.
특히 빨간색 알림 배지는 강박처럼 손을 움직이게 했고,
인스타의 보랏빛 스토리 원은 내 시선을 끌어당겼다.
화면은 말 그대로 디지털 사탕처럼 설계되어 있었다.
그래서 실험해 보기로 했다. 컬러를 없애면, 내가 달라질까?
2. 흑백 모드 ON – 첫날의 어색함, 두 번째 날의 무관심
설정으로 들어가서 iOS ‘흑백 필터’를 켰다. Android도 유사한 접근 가능
순식간에 내 화면이 1920년대 영화처럼 변했다.
색이 사라진 스마트폰은 생각보다 이상했다.
인스타는 ‘재미없어’ 보였고 유튜브는 ‘끌리지’ 않았고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맛이 없었다’
첫날 밤 나는 이상하리만치 스마트폰을 덜 썼다.
그냥 흥미가 떨어졌다.
시각적 흥분이 없으니 충동도 줄어들었다.
둘째 날은 더 놀라웠다. 흑백 화면이 ‘익숙해지는’ 동시에,
스마트폰 자체가 용건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도구로 바뀌었다.
정확히는 흥미 대신 기능만 남은 느낌
3. 컬러는 자극이고, 자극은 습관을 만든다
이번 실험을 하며 나는 UX 관점에서 흑백 모드를 분석해봤다.
컬러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든 요소가 아니다. 그건 의도된 행동 유도 장치다.
빨간색: 긴급함 → 알림, 새 소식 클릭
노란색: 경고 → 주목 유도
초록색: 완료, 확신 → 클릭 유도
보라/파랑: 친밀감 → 스토리, 커뮤니티, 광고에 활용
즉, 컬러는 우리가 클릭하고, 머무르고, 소비하게 만드는 유인 장치다.
그래서 컬러를 지우는 건 단순한 시각 변화가 아니라
주의력 해방과 습관 재구성의 출발점이 된다.
실제로 나는 유튜브 ‘썸네일’이 구분되지 않자 시청 시간이 급감했고
쇼핑 앱의 ‘빨간 세일 배너’가 무의미해지자 들어가지 않게 됐고
인스타 피드가 재미없어져서 일주일간 접속을 거의 안 했다
이건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시각 정보의 감쇠, 주의력 회복,
사용 습관 변화라는 명확한 흐름이었다.
4. ‘안 쓰고 싶어진다’는 감정, 그게 진짜 자유였다
실험 마지막 날 나는 놀라운 변화를 자각했다.
스마트폰이 더 이상 ‘나를 유혹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그냥 ‘전화기’, ‘메모장’, ‘지도’, 필요한 기능만 남은 단순한 도구.
색이 사라지면서 내 감정도 사라졌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디지털 감정 과잉에서 벗어났다.
‘좋아요’ 수에 무감해졌고 ‘새로운 소식’에 둔감해졌고
‘놓치면 안 될 콘텐츠’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렇게 나는, 폰에서 감정적 자유를 얻었다.
이건 화면을 줄인 것도, 앱을 삭제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색을 제거한 것뿐인데
당신의 스마트폰은 무슨 색인가요?
우리는 매일 수백 번 스마트폰 화면을 본다.
그리고 그 안의 컬러는, 우리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무엇을 보게 될지를 정한다.
이번 실험을 통해 나는 확신하게 됐다.
컬러는 UX다. 그리고 UX는 나의 습관을 설계한다.
그걸 바꾸는 건 어렵지 않다.
단지, 설정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흑백 모드를 켜는 건 당신의 스마트폰에 ‘금식’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자극을 멈추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색을 껐을 뿐인데 세상이 다시 또렷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