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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는 중독인가, 배려인가

by zuhause 2025. 4. 14.

스마트폰 설계의 딜레마

 

1. 사용자를 배려한다는 말 뒤에 숨은 것들

스마트폰 앱들은 우리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한다.
빠른 전환, 직관적인 UI, 알림 기능, 추천 알고리즘
모두가 사용자를 배려한 설계라고 소개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배려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점점 더 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다음 화 자동 재생을 끄는 설정을 숨겨놓았고
인스타그램은 피드를 끝내지 않는다
유튜브는 짧고 강렬한 쇼츠를 무한 루프로 틀어준다
앱스토어는 이 앱을 사용한 사람은 이런 앱도 사용했어요라고 덧붙인다
이건 진짜 배려일까?
UX는 사용자 시간을 아껴주기 위해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그 시간을 ‘붙잡아두기’ 위해 설계된 걸까?

 

UX는 중독인가, 배려인가

2.  UX는 ‘시간’이 아니라 주의를 겨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이 디자인이 내 시간을 존중하는가?

UX 디자인의 본질은 이제 사용자 편의가 아니다.
많은 경우, UX는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할 수 있을까?를 향해 최적화되어 있다.

인스타그램의 무한 스크롤은 사용자가 스스로 멈출 타이밍을 없애버렸고
틱톡은 영상 종료 후 0.5초 만에 다음 영상이 재생되며 멈춤의 여지를 지운다
유튜브는 내가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멈추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이것은 기술이 아니라 주의력 경제 시스템의 UX 설계다.
사용자는 단순히 앱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주의를 뺏기는 구조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3. 나를 위한 디자인은 왜 나를 지치게 할까?

이런 UX는 잘 설계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지치는 경험을 낳는다.
피곤한데도 유튜브를 보고 있고 할 일이 있는데 인스타를 열고 있고
잠이 안 와서 틱톡을 스크롤하고 있다면 그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설계의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정말 이 디자인은 나를 위한 UX인가?

진짜 사용자 중심 디자인은 내가 멈출 수 있는 선택지를 주고
내가 원할 때 벗어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며 내 시간을 존중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UX는 ‘지속적인 체류’를 목표로 설계되었고,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 화면 제한과 같은 기술적 조치를
반대로 사용자 쪽에서 역설계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4.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관점에서 본 좋은 UX란?

그럼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눈으로 본 좋은 UX는 어떤 모습일까?

정보는 과잉 제공이 아니라 선택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알림은 실시간 소통이 아니라 필요 기반으로 콘텐츠 흐름은 무한 자극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 종료 가능성을 중심으로
예를 들어, 이메일 클라이언트 앱 HEY는 기본적으로 알림을 꺼두고 사용자가 스스로 확인하는 흐름을 유도한다
사용하지 않는 시간 동안 가상의 나무가 자라는 구조로, 무사용을 보상으로 설계한다
감정 기록을 기반으로 인터페이스를 심플하게 유지하며, 정보 과잉을 억제한다
이런 서비스들은 사용자를 얽어매는 UX가 아니라 사용자가 주도권을 회복하도록 돕는 UX를 지향한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UX를 배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교하게 묻는다

이 UX는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것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배려의 UX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UX는 중독과 배려 사이에 놓인 딜레마다.
사용자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동시에 사용자의 주의력을 착취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더 이상 UX를 깔끔하다, 직관적이다라는 말로 평가할 수 없다.
그 UX가 내 시간과 에너지를 존중하고 있는가가 진짜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기기 절제가 아니라 디지털 구조 속 내 위치를 다시 묻는 철학적 실천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화면 너머의 UX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다음에 당신이 앱을 열었을 때, 이건 나를 위한 설계인가?
한 번쯤 질문을 던져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