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스 없이는 불안한 나”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본능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알람을 끄자마자 손이 가는 곳은 뉴스 앱.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머릿속은 ‘오늘의 이슈’로 가득 찼다. 정치권의 대립, 해외 재난, 연예인 논란, 경제 전망 악화 등. 잠이 덜 깬 뇌에 이런 정보들이 쏟아지는 건 과부하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정보를 알아야 살아남는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무식하다는 말을 듣기 싫었고, 놓친 뉴스가 있으면 ‘뭔가 뒤처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포털 뉴스, SNS, 유튜브까지 돌며 업데이트를 확인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이 들었다.
“나는 정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자극에 중독된 걸까?”
뉴스를 많이 본다고 해서 더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고, 꼭 알아야 할 일은 언젠가 입소문으로도 들려온다.
그때 문득 결심했다. 뉴스를 끊어보자. 단 7일만이라도.
2. 7일간의 뉴스 단식: 규칙, 유혹, 그리고 금단 증상
단순히 뉴스 앱을 안 보는 걸로는 부족했다. 정보가 너무 많은 시대에서 '끊는다'는 건 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아래와 같은 규칙을 정했다.
포털 메인 화면 진입 금지: 검색은 가능하지만, 메인 뉴스 피드는 보지 않기
모든 뉴스 알림 차단: 앱 알림뿐 아니라 카카오톡 뉴스봇, 메일 구독 등도 잠시 멈춤
SNS 타임라인 컨트롤: 뉴스 관련 계정은 언팔하거나 알림 끄기
TV 뉴스 및 라디오 금지
뉴스 관련 대화 피하기: 친구나 가족이 뉴스를 얘기해도, 나는 듣기만 하고 반응 안 하기
실천 초기 2일 동안은 굉장히 불안했다.
“혹시 뭔가 큰 사건이 터졌는데 나만 모르는 거 아닐까?”
“사회 흐름을 놓치면 바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돌았다. 심지어 손이 자기도 모르게 포털 앱을 켜는 바람에 재빨리 꺼야 할 때도 있었다.
그때 느꼈다. 이건 습관이 아니라 ‘정보 중독’이다.
뉴스 자체보다 '뉴스를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한 상태'에 더 중독돼 있었던 것이다. 정보가 아니라 ‘불안’이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3. 뇌가 조용해진다 – 비워낸 뒤에야 들리는 것들
3일차부터 뇌가 조금씩 조용해졌다. 아침에 일어나도 스마트폰에 손이 가지 않았고, 머릿속도 가볍게 느껴졌다.
그전까지는 아침마다 세상 걱정을 대신 떠안고 하루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나의 기분과 상태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나의 ‘지금’을 생각하는 여유가 생겼달까.
놀랍게도, 그 며칠간 ‘정말 꼭 알아야 할 소식’은 친구나 동료들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너 어제 지하철 사고 난 거 봤어?”
“오늘 금리 인상됐대.”
그럴 때마다 속으로 웃었다. “봐라, 결국 들을 건 다 듣는다니까.”
그렇게 뉴스를 끊으니 내가 놓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감정 낭비를 했는지가 보였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 갈등 유도하는 헤드라인, 악성 댓글들. 그건 정보가 아니라 피로였다.
생각해보면, 나는 뉴스를 본 것이 아니라 감정 소비를 했던 것이었다.
7일 동안 나는 책을 더 많이 읽고, 산책을 더 자주 나가고, 멍 때리는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휘발됐을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오래 머물렀고, 글을 쓸 여유도 생겼다. 내 머릿속의 ‘잡음’이 줄어들자 창의력과 집중력이 되살아났다.
4. 정보와 나 사이의 건강한 거리두기
7일이 끝나고 나는 다시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아무 기사나 무작정 클릭하진 않았다.
정보가 필요할 땐 직접 검색해서 찾아봤고, 뉴스 대신 분석 중심의 콘텐츠(예: 뉴스레터, 칼럼)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하루에 한 번, 특정 시간에만 뉴스 확인하기 (예: 오후 6시)
헤드라인만 보고 클릭은 최소화하기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뉴스는 일부러 피하기
뉴스 없는 하루, 일주일에 하루 만들기
뉴스보다 ‘생각할 거리’를 주는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기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디지털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에 집중하는 삶이다.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무작정 끊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건강한 거리에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 챌린지를 통해 나는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에서, 정보를 ‘선택’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변화는 단지 7일로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매일 내 뇌를 향해 묻는다.
“이건 정말 내가 알아야 할 정보인가?”
당신도 도전해보세요
일주일 동안 뉴스 없이 살아보기.
세상이 생각보다 조용하고, 당신의 내면은 그보다 훨씬 풍부하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