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인스타 대신 노트북, 퇴근 후 1시간을 바꾸는 실험

by zuhause 2025. 4. 12.

1.  퇴근 후 1시간,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나에게도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 ‘자유 시간’은 늘 같은 패턴으로 사라졌다.
소파에 털썩 앉아 휴대폰을 들고 인스타그램을 열고, 피드를 넘기고, 스토리를 보고, 릴스를 자동 재생하다 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나중에야 정신이 든다.
“어? 뭐 한 거지? 이대로 씻고 자야겠네.”

그 1시간은 하루 중 유일하게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소중한 시간을 피드에 흘려보냈다.
누군가의 여행 사진, 누군가의 디저트 인증샷, 누군가의 운동기록.
그 누구도 나 자신은 아니었는데, 나는 그 속에 몰입하며 ‘나’를 잠시 잊고 있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퇴근 후 1시간, 인스타 대신 노트북을 켜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인스타 대신 노트북, 퇴근 후 1시간을 바꾸는 실험

 

2. 인스타그램을 ‘의식적으로’ 끄는 법

말은 쉬웠지만 실천은 어려웠다.
무심코 손이 인스타에 가는 걸 막기 위해 나는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앱 아이콘 삭제: 홈 화면에서 인스타 앱을 아예 없앴다.
앱 타이머 설정: 하루 5분 제한. 사실상 ‘사용 금지’ 수준으로.
기기 치환: 퇴근 후엔 아예 폰을 충전기에 꽂아두고, 노트북만 켜기로 했다.
정해진 시간만 하기: 오후 7시~8시는 ‘디지털 리셋 타임’으로 고정했다.
처음 며칠은 진짜 손이 심심했다.
노트북을 켜 놓고 멀뚱멀뚱 앉아 있으니 뭔가 허전했고, ‘지금쯤 누가 뭘 올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올라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몇 분이 지나면 그 허전함은 작은 선택의 자유로 바뀌었다.
책갈피에 꽂아뒀던 블로그 글을 읽고, 미뤄뒀던 글쓰기를 시작하고, 노트북으로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
스마트폰보다 느린 기기였지만, 그 느림이 나에게 여백을 줬다.

 

 

3.  한 시간, 하지만 아주 밀도 높은 시간

인스타는 짧고 빠르다. 피드 하나 보는 데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빠르게 넘긴 정보는 나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반면 노트북을 켜고 내가 의도한 작업을 하면서 보낸 한 시간은 놀라울 만큼 깊이 있는 시간이었다.

예를 들어 이런 활동들을 했다:

구글 킵에 하루 일기 작성
워드에 짧은 글쓰기 연습
관심 있는 강의 영상 보기 (예: 클래스101, 유튜브 인문학 채널)
사진 정리하면서 과거 여행 회상하기
로컬 블로그 검색하며 주말 일정 짜보기
이런 시간들은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축적하는 행위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걸 매일 반복하다 보니 ‘퇴근 후 1시간’이 마치 하루의 보너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그냥 흘려보내던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내 하루의 중심’이 되었다.

 

 

4. 다시 인스타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이 실험을 2주간 지속하고 나서 다시 인스타를 들어갔을 때, 이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이 생겼다.
피드는 여전히 예쁘고, 스토리는 여전히 자극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지금 당장 다 봐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
그건 단지 누군가의 한 순간일 뿐이고, 내 하루 전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지금도 나는 가끔 인스타를 본다. 하지만 예전처럼 중독되듯 보지 않는다.
노트북으로 바꾼 1시간이 내 일상의 밀도를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실험은 나에게 많은 걸 알려줬다.

내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소비했는지
내 집중력은 생각보다 금방 회복된다는 것
무엇보다, 삶을 채우는 건 콘텐츠가 아니라 ‘나의 선택’이라는 것

 

마무리하며

누구나 하루에 단 1시간쯤은 자신에게 줄 수 있다.
그 1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하루가, 그리고 결국 인생이 달라진다.

혹시 당신도 퇴근 후 인스타를 무의식적으로 켜고 있다면, 오늘 하루만 노트북을 켜보면 어떨까?
그 속도 느린 기기가, 오히려 당신의 하루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